조현병 (Schizophrenia; SZ) 은 망상, 환각, 와해된 언어나 행동, 사고장애의 증상이 나타나는 비정상적인 사고와 현실에 대한 인지 및 검증력 이상을 특징으로 하는 정신질환의 일종 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발병률이 증가하는 추세이며, 통계적으로 전체 인구의 1% 정도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발병의 원인으로는 유전적인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보고되고 있으나, 자세한 메커니즘을 밝히기 위해서는 여전히 많은 연구가 필요한 상황 입니다.
이번 연구는 2019년에 추가된 조현병 환자의 엑손 시퀀싱 (SCHEMA:Schizophrenia exome meta-analysis condortium) 으로 발견된 ErbB3 binding protein-1 (EBP1) 의 돌연변이 (loss of function) 가 조현병의 새로운 분자기전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있음을 제시하였습니다.
ErbB3 binding protein-1 (EBP1) 은 세포의 죽음을 방어하고 증식을 촉진하는 유전자로 알려져 있으며, 최근 저희는 EBP1이 배발생기 뇌발달 과정에서 후성유전조절인자인 히스톤 메틸화효소 (Suv39H1) 와 DNA 메틸화 효소 (DNMT1) 의 전사조절을 통해 뇌 발달에 필요한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규명한 바 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든 EBP1 결손 마우스로부터 발견한 해마뉴런의 발생이상과 해마의 구조적 형성부전이 조현병 환자의 사후 뇌에서 보고된 해마 결손과 유사할 뿐 만 아니라 조현병의 분자적 기전으로 고려되고 있는 GABA (Gamma-aminobutyric acid)계열 효소인 GAD67 (Glutamate decarboxylase) 의 발현 감소가 EBP1 결손 마우스에서도 감소되어 있음을 발견하였습니다. 또한 다양한 동물 행동실험으로 EBP1 결손 마우스가 조현병 유사 행동 (SZ-like behavior)을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발견은 조현병의 주요 분자적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GAD67 발현을 억제하는 후성유전 조절인자인 HDAC1 (Histone deacetylase 1) 과 DNMT1 (DNA methyltransferase 1) 의 발현량이 EBP1 결손 마우스에서 증가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EBP1이 HDAC1과 DNMT1 의 promoter region에 직접 결합하여 전사를 억제함을 규명하였고 결과적으로 후성유전인자들에 의한GAD67 의 발현억제를 해제 할 수 있다는 것을 최초로 확인 하였습니다. 반면 흥미롭게도 조현병 환자에서 확인 된 EBP1 돌연변이의 경우 GAD67의 발현을 전혀 조절 할 수 없었으며, 이는 EBP1 유전자의 돌연변이 혹은 발현감소가 GAD67의 정상적 발현 실패를 초래하여 조현병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음에 대한 첫 번째 보고로 조현병의 새로운 분자적 기전을 제시하였습니다.